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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선택이었다
즐거운 가재
2시간 전
👁 75
어릴 적에는
선택받지 못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번호대로 줄을 섰고,
직장에서는 면접 한 번으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넘기는 시대.
누군가는 하루에도 수십 번 선택받고,
누군가는 수십 번 지나쳐집니다.
같은 밤하늘 아래 있어도
누군가는 별을 고르고,
누군가는 별이 되어 기다립니다.
선택받은 사람은
'인연이 참 많다'고 말합니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내게 무엇이 부족한 걸까'를 묻기 시작합니다.
그 질문은 참 잔인합니다.
사람의 가치는
선택의 횟수로 증명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를 숫자로 평가합니다.
그러다 보면 관계는 만나는 일이 아니라,
평가받는 일이 되어 버립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같은 공간 안에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단 한 사람을 만나러 왔고,
누군가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어장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한 사람을 바다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사랑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OK'라는 한마디는
관계의 시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끝인 경우도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잠수는 침묵이 아니라
부재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말없이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많은 문장을 쓰게 됩니다.
세상에는 감성적인 사람이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감성적인 사람은
답장의 속도에서 마음을 읽고,
합리적인 사람은
답장을 하나의 일정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행동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관계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번역하지 못해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모두 선택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선택받느냐가 아니라,
나를 선택해 준 사람을
끝까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별은 밤하늘에 많지만,
평생 바라보는 별은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제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글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된 것은
댓글이었습니다.
같은 글을 읽고도
누군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고,
누군가는
제가 미처 못본 마음을
조용히 건네주었습니다.
특히,
나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오신
50대 초반 형님의 댓글에서는
경험이 만든 혜안을 배웠고,
가끔은 감성적인 댓글 하나가
제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도 했습니다.
술 한잔하신 뒤
뜬금없이 저에게 영어 시험을 치르게 하셨던 분도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 모든 댓글은
단순한 글 아래 달린 문장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생각을 나눠주셔서,
때로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셔서.
이제는
제 이야기를 조금 줄여보려 합니다.
대신,
사람들의 생각을 더 오래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조금 더 천천히 읽어보려 합니다.
어쩌면 글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오래 바라본 사람이
비로소 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게나마 제 글과 함께 같이 밤 산책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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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뭉클... 찡.. 한 이 기분...
와... 글에 흠뻑 빠졌어요 🥹 ‘말없이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많은 문장을 쓰게 됩니다.’ 공감되네요.
현명한 선택을 하셨네요..많은 말은 필요한 말을 줄이게 만드는것 같아요..말에도 총량의 법칙이 존재해서 결국엔 나에게 아픔으로 돌아오는거 같네요